예상치 못한 만남, 세도나 트레일이 가르쳐준 자연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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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pa Park에서 시작된 평온한 하루
세도나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늘 새롭습니다. 그날도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그저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Stupa Park로 향했습니다. 붉은 바위산에 둘러싸인 이 공원은 불교식 스투파(Stupa)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곳을 천천히 돌며 명상하거나 사색을 즐깁니다. 저 역시 햇살 가득한 날씨 속에서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Stupa Park에 도착하니, 잔잔한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새소리가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투파 주위를 천천히 돌며 눈을 감고 잠시 멈춰 섰을 때,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명상하듯 걷는 이 짧은 여정은 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천천히 녹여주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자연과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걷는 산책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하이킹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스투파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시선을 멀리 두었을 때, 저 멀리 이어진 트레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길 너머로 Chimney Rock이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도전하라는 듯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자연스럽게 트레일 쪽으로 향했고, 그렇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Chimney Rock을 향해 – 도전과 회상의 시간
Chimney Rock으로 이어지는 Upper & Lower Chimney Trail은 Stupa Park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잠깐 걸어보려는 생각으로 발을 디뎠지만, 걷는 동안 점점 마음속에서 도전 정신이 솟아오르며, 결국 나는 본격적인 오르막길 하이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사가 시작되자 문득 미네소타에서의 하이킹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은 숲이 많고 평탄한 트레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도나는 다릅니다. 붉은 바위를 따라가는 길, 울퉁불퉁한 돌길, 발밑을 살펴야 하는 트레일의 연속. 시야는 탁 트여 있지만, 걸음 하나하나에 주의가 필요한 곳이 바로 세도나였습니다.
바위 위로 천천히 올라가자 풍경은 점점 넓어졌습니다. 멀리 Cathedral Rock과 Bell Rock까지 한눈에 들어왔고, 세도나의 전체 지형이 붉은 곡선처럼 펼쳐졌습니다. 바람은 시원했고, 땀을 흘리는 순간마저도 살아있다는 감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오르막은 제게 단순한 하이킹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바위 위의 뱀, 그리고 자연의 경고
정상 가까이 다가갔을 때, 더 좋은 전망을 보기 위해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녔습니다. 트레일에서 살짝 벗어나 바위 위를 천천히 걷던 중, 발밑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무심코 내려다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뱀이 바위 위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붉은 바위색과 너무 닮아 처음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칫하면 밟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고, 몸은 얼어붙었습니다. 뱀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저는 서서히 발을 뒤로 빼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했습니다. 뱀이 위협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었지만, 그 정적 속에서도 자연은 늘 경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바위 위에 잠시 멈춰 선 채, 나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습니다.
이 작은 일이 제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세도나의 트레일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다양한 생물과 공존하는 자연의 일부였습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에는 수많은 생명이 함께 숨 쉬고 있으며, 그들과의 조화 속에서 진정한 하이킹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을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하이킹에서도 이 기억은 나의 걸음을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