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orldwonder5070 | 2025. 2. 25
세도나의 고요한 숨결 속에서, 나의 내면과 다시 연결된 하루였습니다.
목차
세도나에서 찾는 영적 평화의 공간
세도나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도시로, 붉은 바위와 광활한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지만, 단순한 경치를 넘어서는 영적 깊이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태고의 침묵이 깃든 바위산과 사막의 바람, 그리고 해질 무렵 하늘에 물드는 금빛과 자줏빛의 조화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에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자기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세도나의 아름다운 자연이 궁금해서 방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에 점점 끌리게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아미타바 스투파와 피스 파크(Amitabha Stupa and Peace Park)’라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그저 사진을 찍고 지나치는 명소가 아니라,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머무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적 피정의 공간입니다.
스투파 주변을 걷다 보면 자연과 나 사이에 어떤 경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느리고, 부드럽게 흐릅니다. 붉은 흙길을 따라 걷고, 소원을 되새기며 스투파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도는 동안, 저는 내면의 혼란과 피로가 조금씩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곳은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마음을 열고 이 공간에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다는 깊은 감각이 스며듭니다.
세속의 소음은 어느새 멀어지고, 들리는 건 오직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자신 안에서 울려 나오는 아주 작은 진동들뿐입니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진짜 ‘쉼’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줍니다.
기도와 명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시간
스투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높이 36피트, 약 11미터에 이르는 붉은빛 불탑입니다. 그 위용은 단순히 건축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이곳이 가진 영적 중심축으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붉은색 스투파는 햇살 아래에서 더욱 따뜻하게 빛나며,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묵직한 침묵으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스투파는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라 세워진 것으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석(Wish-Fulfilling Jewel)’로 불리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상징적인 구조물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문은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쿤장 팔율 초링(Kunzang Palyul Choling)이라는 티베트 불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조용히 들러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열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투파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기도를 올리거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고요히 명상에 잠깁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흘러간다기보다는 멈춰 있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도시의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나에게 그 느림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휴식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마다의 루틴은 다르겠지만, 저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스투파를 한 바퀴, 한 바퀴 돌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스투파에 달린 깃발이 살랑이며 흔들리고, 어디선가 작은 종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 맑은 울림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날이 있습니다.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던 늦은 오후, 스투파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은 채 조용히 기도를 올리던 순간, 마음 한켠에 켜켜이 쌓여 있던 감정들이 불현듯 터져 나와 눈물이 흘렀습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이 가슴 가득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이곳은 저에게 단순한 명상 장소를 넘어선, 삶의 감정이 고요히 되살아나는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아미타바 스투파에서의 특별한 체험
아미타바 스투파는 단순한 명소 그 이상입니다. 이곳에서는 동물들과의 조우도 흔하지 않게 일어납니다. 작은 퀘일이 조용히 내 앞을 지나가거나, 어린 멧돼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순간은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한, 이곳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방되며,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기부로 운영되므로 방문 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방문 전에는 편한 신발을 준비하고, 주변의 정적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머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미타바 스투파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있어 일상 속 소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삶의 중심을 다시 잡게 해준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세도나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을 찾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은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끕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고, 때로는 내 마음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투파 앞에 앉아 고요함을 마주하면, 그동안 미뤄두었던 감정들과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어떤 날은 울컥하는 눈물로, 어떤 날은 미소로 응답하게 되는 그 순간들. 바로 그 감정들이 저를 치유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아미타바 스투파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짧은 인사나 눈빛 교환 속에서도 따뜻한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교와 문화가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금 배웠습니다. 이처럼 아미타바 스투파는 명상과 기도를 넘어서, 사람과 자연,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체험은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도시로 돌아가 다시 바쁜 일상에 몸을 담기 전, 잠시 멈춰 내 삶의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그것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아미타바 스투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지닌 장소이며, 마음을 여는 자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붉은 바위와 고요한 바람이 머무는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길 권합니다. 아미타바 스투파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