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 하이킹을 계획한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눈이 온 마을을 덮었습니다. 봄날에 내린 눈과 그 속에서 보낸 하루를 기록합니다.
목차
눈 내린 세도나, 봄과 겨울이 만난 날
3월의 봄날, 세도나에 갑자기 내린 눈이 도시의 풍경과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세도나는 3월이면 이미 봄기운이 완연한 곳입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길가에는 새싹이 피어나고, 정원마다 다양한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세도나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늘에서 가볍게 날리던 눈송이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굵어졌고, 이내 도시 전체를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봄에 눈이 내리는 일은 이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라 많은 주민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Facebook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눈으로 뒤덮인 세도나의 이색적인 모습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었습니다. 저 역시 원래 벨락 트레일 하이킹을 계획했지만, 눈 덮인 미끄러운 길과 흐린 시야로 인해 안전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대신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챙기고 가벼운 산책을 나섰습니다. 신발 밑에서 눈이 밟히는 ‘뽀드득’ 소리는 여전히 설레는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거리 곳곳에는 가족 단위로 나온 주민들과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거나 작은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며 신나게 겨울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세도나의 봄날, 아주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드라이브로 담은 특별한 하루의 기록
예상치 못한 설경 속에서 드라이브와 사진으로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나섰습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직접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모두에게 있었던 듯합니다. 붉은 바위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눈은 세도나의 풍경을 마치 그림엽서처럼 바꿔놓았고, 그 장면은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일부 하이커들은 눈이 쌓인 트레일을 조심스럽게 걸으며, 평소와는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그들이 촬영한 사진들은 SNS에 빠르게 퍼졌고, 붉은 암석과 순백의 눈이 대비를 이루는 몽환적인 풍경은 ‘이건 다시는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하고 싶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나 역시 하이킹을 하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이 특별한 풍경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핀 나무들, 노란 들꽃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 흰색으로 변한 고요한 도로를 바라보며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날씨가 만들어낸 이 특별한 하루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인상 깊게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일상의 틈새에 찾아온 변화가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더 오래 마음속에 머무릅니다.
봄, 그리고 다음 하이킹을 위해
눈과 꽃이 공존하는 특별한 순간, 그리고 다시 시작될 봄 하이킹의 기대.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눈과 꽃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었습니다. 살구나무에 활짝 핀 연분홍빛 꽃잎 위로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초록빛 잎사귀 위에도 하얀 눈이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봄과 겨울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이 오묘한 조화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낮 기온이 21도까지 오르며 따뜻한 햇살 속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닐었는데, 이번 눈보라는 세도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바꿔놓았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극적인 전환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동시에 감탄하게 만듭니다. 눈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서서히 그쳤고, 하늘은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곧 다시 기온이 영상 18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세도나는 빠르게 봄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는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하이킹 계획을 세웁니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붉은 바위 위에 남아 있을 그 순간, 벨락 트레일을 걸으며 오늘의 특별했던 하루를 마음속에 다시 새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