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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나에서 만난 여행자들
세도나 캠핑장에서의 하루는 조용한 하늘과 바람으로 시작됩니다. 주변엔 여러 RV와 트레일러가 정박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독일에서 온 은퇴한 노부부는 RV로 미국 전역을 여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엔 직접 커피를 내리고, 낮에는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하루를 만끽합니다. 그들은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머무는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RV 안에는 부부의 삶의 흔적들이 가득했고, “매일이 선물이다”는 말이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잠시 주차한 차량 옆에는 젊은 남성이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미국 서부에서 동부까지 하이킹 백패킹을 한다고 했고, 그는 그녀를 돕기 위해 LA까지 3박 4일간 운전해 간다고 했습니다. 그는 긴 여정을 걱정하면서도, 그녀의 결심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눈빛을 가졌습니다. 내가 “1박 2일 하이킹을 목표로 체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게 안전한 여행이죠”라며 격려의 미소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여행자는 유럽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와 미 대륙을 횡단 중이라고 했습니다. 모험의 상징 같은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외로운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여행 방식은 다 다르지만, 모두 각자의 이유와 속도로 길 위에 있었습니다.
나의 여행 방식과 목표
나는 지금, 세도나에서 짧은 산책과 글쓰기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여행이 아닌, 머물며 천천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아침 햇살이 돌담 너머로 비칠 때, 커피 한 잔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내 여행은 쉼을 통해 나를 회복하는 여정이며, 세도나의 자연은 그 길에 조용히 동행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나의 작은 목표는 '1박 2일 하이킹이 가능한 체력 기르기'입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이고 즐거운 여정입니다. 며칠간 계속된 걷기 연습과 계단 오르기, 그리고 마음 챙김까지—이것은 나를 위한 여행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세도나가 전해준 위로
세도나의 붉은 바위와 사막의 바람, 메마르지만 따뜻한 이 대지는 단순한 풍경 그 이상입니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도심에서는 잊고 지냈던 감각들, 예를 들어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칠 때의 느낌, 해가 질 무렵 붉어지는 하늘의 온도, 땅의 거친 결이 주는 감촉까지—이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살아있게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모닥불 곁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들 속에서 여행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삶의 무게도, 기쁨도, 그날의 피로도 모두 자연 속에 흩어지는 듯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나의 힐링이 되었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 스타일의 여행자들을 만난 세도나 캠핑장의 하루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습니다. 그 안에 나도 있었고, 나만의 속도로 걷는 여정이 있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특별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나의 여행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나의 여행임을 깨닫게 됩니다. 여행은 반드시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세도나가 알려주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 자연과의 조우, 그리고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이 시간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세도나에서의 며칠은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내 삶을 정돈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은 내 안의 무언가를 조용히 일깨웠고, 그 덕분에 나는 더 따뜻한 마음으로 다음 길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또 다른 길 위에서, 오늘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